대리주차 사고, 그 순간 누구의 책임일까?
며칠 전이었습니다. 지인이 운영하는 카페 앞에서 주차 공간이 애매하다고 하길래, 제가 잠깐 차를 옮겨줬어요. 그리곤 몇 미터를 움직이는 사이, 옆에 있던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살짝 건드려버린 겁니다.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지더군요. 내 차도 아니고, 운전한 시간도 고작 몇 초였는데… 이건 누구 책임일까요?
이처럼 ‘대리주차 사고 책임’은 의외로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는 주제입니다.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, 막상 사고가 나면 정작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하거든요.
대리운전 중 사고, 운전자가 일차적 책임입니다
원칙은 생각보다 명확합니다.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, 그 차가 내 소유든 아니든 운전자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습니다.
그럼 보험은 어떻게 처리될까요?
보통은 차량 소유자의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가 되긴 합니다. 하지만,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고를 유발한 ‘운전자’를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. 즉, 일단 보험금은 지급되지만 나중에 운전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.
이런 일은 실제로도 꽤 많습니다. 가족이나 지인의 차량을 대신 운전했다가 사고가 나고, 보험 처리는 됐지만 몇 달 뒤에 보험사로부터 수백만 원의 청구서를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.
차량 소유자는 정말 책임이 없을까?
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. 법적으로 차량 소유자는 관리 책임을 함께 지는 주체이기도 합니다.
특히 이런 경우라면 책임 비율이 달라질 수 있어요
- 미성년자에게 운전을 부탁했다면?
-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열쇠를 맡겼다면?
- 차량 고장이 있는 걸 알면서도 운전을 부탁했다면?
이런 경우에는 소유자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. 단순히 주차를 부탁한 것이라 하더라도,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던 정황이 있다면 소유자 역시 일정 부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.
운전자 한정 특약, 알고 계셨나요?
요즘은 차량 보험에 ‘운전자 한정 특약’을 많이들 걸어둡니다. 흔히 ‘본인 한정’, ‘본인+배우자’, 또는 ‘가족한정’ 등이죠.
이 특약의 유무에 따라 사고 처리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
만약 차량이 ‘운전자 한정 특약’에 걸려 있는데, 해당 범위 밖의 사람이 몰다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요?
- 보험 적용이 안 될 수 있습니다.
- 즉, 그 운전자는 무보험 상태가 되는 겁니다.
정말 잠깐, 1분도 안 되는 시간의 운전이었지만 그 결과는 몇백만 원의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거죠.
구상권? 처리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
제가 예전에 들었던 사례 하나가 있어요. 친구 차를 잠깐 움직여줬다가 경미한 접촉 사고가 났고, 보험으로 문제없이 처리된 줄 알았답니다. 그런데 두 달 뒤, 그 친구가 연락이 왔어요. 보험사에서 저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겁니다.
“어? 보험으로 다 끝난 거 아니었어?”
그렇지 않더군요. 사고 당시 제가 보험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면, 보험사는 지급한 손해액을 저에게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. 이걸 ‘구상권 청구’라고 해요.
대리주차, 그냥 해주면 안됩니다!
‘그냥 잠깐 해주는 건데 뭐 어때’ 하는 마음으로 대리주차를 하다가 뜻밖의 상황을 맞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.
지금 이 글을 보신다면, 다음번에 누군가 차량을 대리주차 해달라고 할 때 “혹시 보험에 운전자 한정 특약 들어 있으세요?” 하고 슬쩍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시는 것이 좋습니다.